프라그마타 속 타임스퀘어가 진짜 뉴욕보다 매력적인 이유
캡콤(Capcom)의 새로운 SF 3인칭 슈팅 게임인 '프라그마타(Pragmata)'는 달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하지만 게임 초반부의 상당 부분은 뉴욕의 '타임스퀘어(Times Square)'를 무대로 진행됩니다.
물론 진짜 뉴욕은 아니고 달의 특수 기술을 이용해 3D 프린터로 정교하게 찍어낸 가상의 공간이거든요.
노란 택시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거대한 광고판들이 우주비행사 휴(Hugh)와 안드로이드 다이애나(Diana)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실제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데 이 가짜 타임스퀘어에는 실제 뉴욕보다 훨씬 낫다고 느껴지는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들이 있거든요.
뉴욕 현지인들에게 타임스퀘어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다들 질색하는 표정을 지을 것인데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곳을 제 발로 찾아가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현지인들은 관광객들의 인파에 치이지 않으려고 타임스퀘어 지하 통로로만 조심스럽게 다닐 정도거든요.
하지만 수많은 지하철 노선이 그곳에서 교차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 가야 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타임스퀘어에 가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관광객' 때문인데요.
작년 한 해에만 뉴욕에 6,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들었으니 그 혼잡함은 상상 이상입니다.
사람들은 광고판을 멍하니 구경하거나 비싼 초콜릿을 사기 위해, 혹은 남들과 똑같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좁은 곳에 모여들거든요.
반면 프라그마타의 달 위 타임스퀘어 거리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휴와 다이애나는 관광객의 셀카에 찍힐 걱정을 하거나 거리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시달릴 필요가 전혀 없거든요.
물론 폭주한 AI가 조종하는 살인 로봇들을 걱정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 로봇들은 인도에서 걷는 법 정도는 제대로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프라그마타의 타임스퀘어는 실제 뉴욕보다 물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는데요.
게임 속 광고판에 적힌 특제 스파이시 BBQ 버거의 가격은 단돈 5.99달러에 불과합니다.
현재 뉴욕 어디에서도 5달러대에 제대로 된 버거를 먹는 것은 불가능한데 타임스퀘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거든요.
진짜 타임스퀘어에 가면 비싸기만 하고 맛은 평범한 음식점들만 가득할 뿐입니다.
주인공 휴는 가끔 달이 너무 깨끗하다며 자신의 삶에 약간의 무질서함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실제 뉴욕의 쓰레기 더미와 지저분한 거리 풍경을 아는 입장에서는 그 의견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차라리 로봇의 잔해로 거리가 조금 더러워질지언정 지금처럼 깔끔한 상태의 달이 훨씬 마음에 들거든요.
어차피 우리는 곧 로봇들을 부수며 거리를 엉망으로 만들 예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그림이 들어갈 위치: 달 위의 타임스퀘어 광고판을 감상하고 있는 휴와 다이애나의 모습)
농담은 이쯤 해두고 프라그마타의 타임스퀘어가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훌륭한 이유는 환경에 대한 독자의 기대를 완전히 뒤바꾸기 때문인데요.
휴와 다이애나가 처음 만난 뒤 겪게 되는 초기 레벨들은 주로 달 기지의 단조로운 복도와 연구실에서 진행됩니다.
모든 것이 하얗고 깨끗하며 비슷하게 생겨서 자칫 게임 전체가 이런 지루한 공간의 연속일 것이라 오해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프라그마타는 곧바로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려버립니다.
갑자기 택시들 사이를 구르고 건물 옥상을 넘나들며 식당 메뉴판을 구경하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거든요.
달 위에 타임스퀘어를 인쇄했다는 설정을 통해 프라그마타는 개발진의 창의적인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데요.
다음 레벨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 역시 타임스퀘어만큼이나 놀라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물론 나중에는 우리가 원래 기대했던 달 표면을 직접 밟으며 뛰어다니는 구간도 분명히 준비되어 있거든요.
'레벨 디자인'은 프라그마타가 가진 강력한 장점 중 하나이며 이는 독특한 해킹 중심의 게임 플레이와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덕분에 평소라면 결코 가고 싶지 않았을 장소를 게임을 통해서나마 아주 쾌적하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특별한 달 위의 뉴욕에서 로봇들과의 한판 승부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