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레이더스 장비 공포증을 부추기는 원정 시스템의 치명적인 실수
'장비 공포증(Gear fear)'이라는 말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용어인데요.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나 타르코프(Escape From Tarkov)처럼 획득한 아이템을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게임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운 좋게 희귀한 아이템을 얻거나 힘겹게 자원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 창고에만 모셔두는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결국 공들여 얻은 장비들이 실전에서 사용되지 못한 채 창고 속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플레이 방식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점인데요.
희귀한 무기와 장비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승률을 높여주는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썩히는 것은 낭비에 가깝습니다.
조심스럽게만 플레이한다면 강력한 장비로 교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도 많은 유저들이 선뜻 장비를 꺼내지 못하는데요.
최근 공개된 아크 레이더스의 '원정(Expedition)' 시스템은 오히려 이러한 아이템 사재기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보통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들은 모든 유저의 조건을 초기화하는 '서버 초기화(Server wipe)'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데요.
열심히 모은 자산이 본인의 잘못 없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허탈함을 느끼는 유저들도 적지 않습니다.
엠바크 스튜디오(Embark Studio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정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요.
최고 레벨에 도달하고 퀘스트를 마친 유저들이 자원을 투자해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획득하는 선택형 콘텐츠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보상 중 하나는 영구적인 '스킬 포인트'인데요.
현재 최고 레벨인 75레벨까지 도달하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특성 수에 비해 스킬 포인트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드코어 유저들에게는 스킬 포인트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번 원정이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될 텐데요.
문제는 보상을 모두 챙기기 위해 창고에 최소 '500만 코인' 가치의 장비를 보유한 채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유저들은 가장 희귀한 장비를 구한 뒤 이를 절대 필드에 들고 나가지 말고 금지옥엽 보관만 하라는 압박을 받게 되는데요.
'아펠리온(Aphelion)'이나 '주피터(Jupiter)' 같은 전설 등급의 무기들이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게 되는 꼴입니다.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무기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는 구조는 분명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아크 레이더스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 중 가장 뼈아픈 실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도 이번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일부 유저들은 보상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원정을 거부하고 있으며 장비 공포증을 부추기는 방식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원정 조건이 너무 갑작스럽게 공개되었다는 점이 유저들의 화를 돋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요.
미리 공지되었다면 약탈적인 플레이를 통해서라도 자산을 모았을 텐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미 시작된 이번 원정의 조건을 수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분명한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창고에 남아있는 잔액이 아니라 유저가 지금까지 획득한 '누적 자산'을 기준으로 보상을 설계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데요.
필드에서 장비를 잃더라도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해 준다면 유저들이 장비를 더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게임 내 업적을 스킬 포인트와 연결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모든 퀘스트 완료나 최고 레벨 달성 혹은 특정 보스 몬스터 처치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에 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훨씬 게임의 본질에 가까운 보상 체계라고 판단되는데요.
이런 방식이 도입되어야 더 많은 유저가 원정 시스템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원정 시스템 자체는 훌륭한 아이디어지만 세부적인 설계에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인데요.
특정 소수 유저들만 고티어 장비를 독점하고 나머지는 박탈감을 느끼는 구조는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을 뿐입니다.
원정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이라도 유저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희귀 무기를 난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보는데요.
익스트랙션 슈터에서 아이템은 영원한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내 차례가 온 것'뿐이라는 사실을 엠바크 스튜디오가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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