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 월드 2, 슈퍼 빌런으로 플레이해야 진짜 재미있는 이유



아우터 월드 2, 슈퍼 빌런으로 플레이해야 진짜 재미있는 이유

'아우터 월드 2(The Outer Worlds 2)'는 그 어떤 RPG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는데요.

바로 비디오 게임 속에서 꽉 막힌 모범생처럼 굴던 제 습관을 완전히 고쳐놓은 것입니다.

여느 때처럼 저는 아우터 월드 2의 초반 몇 시간을 용감한 은하계의 영웅으로 보냈거든요.

심부름을 하고, 생명을 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고, 심지어 가끔은 보수도 거절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머지않아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Paradise Island)'에 도착했을 때, 저는 그저 '복스 중계 기지(Vox Relay Station)'로 침투하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팁을 원했을 뿐이거든요.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자기 인생의 온갖 문제들을 저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더라고요.

물론 아우터 월드 2가 제가 처음 해본 RPG는 아니기에 NPC들의 이런 당당한 요구에 꽤 익숙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 심부름들이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황량한 행성을 가로지르고, 똑같은 적들을 쏘고, 물건을 가져오는 일의 반복이었거든요.

하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게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능한 지역 지도자들을 위해 제 인생을 바쳐 일하는 동안 비밀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복스 중계 기지에 잠입하기 위해 그들의 도움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영웅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정보를 바로 써먹지는 않았거든요.

지름길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밀버스트리트(Minister Milverstreet)' 장관이 "아니, 그거 알아요? 먼저 완료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어요."라고 말하며 뒤통수를 쳤을 때, 저는 드디어 원하던 정보를 얻었는데요.

(제 도덕적 타락에 대해 누군가를 탓해야 한다면, 범인은 확실히 이 남자입니다.)

저는 긴 퀘스트 라인을 헤쳐 나가며 싸웠고, 저의 용감한 노력이 곧 보상받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버텼거든요.

하지만 결과가 어땠는지 아시나요?

저는 '착한' 선택을 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한 도덕적으로 올바른 선택지를 고를 '스킬'이 부족했거든요.

제 임무의 성공을 가로막은 건 고작 보잘것없는 스킬 체크 하나였는데, 필요한 능력치 말고 다른 곳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지가 잠겨버린 겁니다.

이제 저는 '페어필드(Fairfield)'나 '웨스트포트(Westport)' 중 한 곳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데요.

참고로 그중 한 곳은 제가 방금 막 구해낸 마을이었습니다.

이게 제 인내심의 한계였거든요.

저는 '코카콜라 맛있다' 노래를 부르며 찍은 불운한 당첨자에게 방아쇠를 당겼고, 아무런 후회 없이 도시 전체를 날려버렸습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완전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의 문을 열어주었는데요.

이제부터 저는 지루한 보조 퀘스트를 주는 NPC들에게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고, 착한 대사보다는 웃긴 대사를 우선순위에 두며, 닥치는 대로 털어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아우터 월드 2에서 제 악당 서사의 끝은 아니었거든요.

제 플레이 스타일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름길을 택하고 도움 요청을 무시하는 건 나쁜 짓이긴 하지만, 좀 심심한 감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도전적이고, 퀘스트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흥미진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건 단순히 아우터 월드 2의 악당이 되는 것을 넘어, '최고의 악당'이 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대화 분기가 두 가지 퀘스트 결과로 이어지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보통 여러 경로가 다양한 엔딩으로 이어집니다.

그중 일부는 다른 것보다 훨씬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해서, 슈퍼 빌런을 꿈꾸는 이들에게 환상적인 기회를 제공하거든요.

악한 길이 반드시 쉬운 길은 아닙니다.

NPC가 죽게 내버려 두는 건 게으른 플레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의도적인 살육에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새 게임을 시작하고, 제 캐릭터의 인생 목표를 은하계 사회에 가능한 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잡았는데요.

더 이상 팩션 평판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하찮은 잡일은 피했지만, 여전히 밀버스트리트를 돕고 웨스트포트 마을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웨스트포트 사람들을 설득해 페어필드로 이주하게 한 다음, 복스 중계 기지를 페어필드에 떨어뜨려 그들 모두를 쓸어버렸거든요.

슈퍼 빌런으로서 저는 이렇게 비열한 퀘스트 결과에 도달한 제 자신이 꽤 자랑스러웠습니다.

처음 플레이했을 때 느꼈던 좌절감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기분이었죠.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 않았는지, 저는 그 임무에 '이네즈(Inez)'라는 여자를 데리고 갔는데요.

그녀의 간청을 듣고 사랑하는 페어필드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어쨌든 그 마을에 방아쇠를 당겨버렸습니다.

이네즈는 저에게 욕을 퍼붓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다시는 볼 수 없었지만, 이건 저에게 또 다른 재미있는 악당 챌린지를 안겨주었거든요.

바로 모든 동료를 영입한 다음 그들을 타락시키거나, 공포에 질려 제 곁을 떠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 여린 친구들은 쉽게 떨어져 나가지만, 살인도 서슴지 않는 '나일스(Niles)' 같은 친구들은 다루기가 꽤 벅찬데요.

죽어가는 척하는 나일스의 주머니를 털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친구들과는 긴 호흡으로 게임을 하는 게 최선입니다.

동료 퀘스트를 따라가며 교묘하게 그들의 우정을 망가뜨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사상자를 내며, 그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게 아우터 월드 2에서 저지른 악행의 전부는 아닌데요.

나쁜 놈들을 착한 놈으로 개종시킨 뒤 결국 죽여버리는 것도 즐거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행은 따로 있습니다.

어떤 과학 괴짜 녀석이 인질들을 잡고 저를 구석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하며 선택지를 주었을 때였거든요.

그를 체포하거나, 죄 없는 사람들을 살리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거였죠.

그는 이걸 두고 "영웅이 되거나 자신의 가치관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불렀는데, 저에게 가치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참 대담한 녀석이었습니다.

제가 인질을 구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굳이 나서서 직접 인질들을 학살해 버렸을 때 그 녀석의 표정을 보셨어야 했는데 말이죠.

너의 그 뛰어난 조작질도 여기까지다, 과학자 양반.

아마 궁금하실 겁니다.

이 모든 짓을 하고 양심의 가책을 좀 느꼈냐고요?

아주 살짝요.

비명과 핏자국이 꿈에 나오냐고요?

조금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었냐고요?

물론입니다!

명예롭게 플레이했던 회차보다 훨씬 더요.

아우터 월드 2의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가 아니라, 그 스토리를 통해 갈 수 있는 수많은 다른 경로에 있거든요.

더 어두운 길일수록 가장 흥미롭고 만족스럽기 때문에, 제 조언은 그 길을 택하라는 것입니다.

악당이 되어 상황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보세요.

설마 현실에서도 악당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구 이사회에 이 얘기를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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