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 월드 2 첫 중대 선택의 치명적 결함, 공감할 수 없는 딜레마
아우터 월드 2(The Outer Worlds 2)를 드디어 플레이하게 되어 정말 흥분됐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거든요.
전작의 첫 번째 중대 선택에서 겪었던 경험 때문에, 이번 속편에서도 어느 시점에는 극명하게 다른 견해를 가진 두 NPC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초반 미션에서 뱀 같은 '밀버스트리트(Milverstreet)'와 전투광 '카우르(Kaur)'라는 두 캐릭터 중 한 명의 편을 들도록 강요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상황 자체도 전작인 아우터 월드 1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힘의 도래(Comes Now The Power)' 메인 스토리 퀘스트에서 플레이어들은 아우터 월드 1편의 첫 번째 중대 선택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회사 마을인 에지워터(Edgewater)의 노동자들이 읍장인 리드 홉슨(Reed Tobson)에 대한 반감 등으로 직무를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입니다.
홉슨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인 애들레이드 맥데빗(Adelaide McDevitt)이 이끄는 이탈자들은 근처 식물 연구소에 숨어 있거든요.
홉슨은 플레이어에게 식물 연구소의 전원을 차단해 이탈자들이 돌아오도록 강제하라는 임무를 주지만, 이탈자들의 편에 서는 것도 가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꽤 명확한 선택처럼 보이는데요.
홉슨은 딱 질색하기 쉬운 인물이고, 왜 사람들이 그와 그가 관리하는 역겨운 '솔투나(Saltuna)' 공장을 떠나 애들레이드의 식물 기지에서 갓 재배한 GMO 과일을 먹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마을에 최근 발생한 전염병(애들레이드의 아들을 죽게 한)은 홉슨이 보건 및 안전 문제를 무시한 직접적인 결과이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동료 파르바티(Parvati)에게 무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게임이 애들레이드가 홉슨을 대체하는 결말로 우리를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심지어 애들레이드는 전염병 치료법까지 발견했는데요.
바로 신선하게 재배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데, 그녀가 몰래 시체를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거든요.
플레이어가 그녀를 면밀히 조사하면 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결국 애들레이드가 작물을 키울 시체 비료가 바닥날 것임을 의미하는데요.
현재의 방식은 그녀와 동료 이탈자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대규모로는 지속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애초에 전염병을 유발했던 솔투나 공장의 변화를 홉슨이 되돌리도록 설득하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선택지에 없습니다.
아우터 월드 2에서는 '낙원의 사보타주(The Saboteur of Paradise)'라는 메인 퀘스트에서 비슷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앤티스 초이스(Auntie's Choice) 소속의 두 동료, 멋쟁이 신사 D.B. 밀버스트리트(D.B. Milverstreet)와 페어필드(Fairfield)의 총잡이 조달 책임자, 카우르(Kaur)는 파라다이스 아일랜드(Paradise Island)의 보호령(Protectorate) 충성파 시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밀버스트리트는 폭력보다는 외교와 계략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을 간신히 기능만 하는 인간 껍데기로 만드는 야만적인 세뇌 절차인 '정신 소생'에 관심을 보이거든요.
카우르는 정면 공격을 선호하며, 비록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방식이 시간도 덜 걸리고 더 윤리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선택지가 똑같이 끔찍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물론 밀버스트리트의 편에 서면 더 많은 사람이 살겠지만, 그들은 한때 알던 사람들의 세뇌된 그림자가 될 것입니다.
카우르의 방법은 더 정직하지만, 동시에 더 폭력적이죠.
저는 한동안 선택지를 저울질하다가 마지못해 카우르의 편에 섰고, 게임이 어느 한쪽으로 저를 몰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만족했습니다.
퀘스트 막바지에, 저는 훨씬 더 많은 생명이 걸린 더 큰 선택에 직면하게 되었는데요.
너무 많은 스포일러는 피하겠지만, 아주 큰 건물이 공중에 뜨게 되었고, 그걸 어디에 추락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었습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밀버스트리트와 카우르가 있는 마을인 페어필드였는데요.
두 번째 선택지는 웨스트포트(Westport)... 잠깐만요.
도대체 웨스트포트가 뭐죠?
밀버스트리트와 카우르는 각각 누구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면 완료해야 하는 전용 퀘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우르의 퀘스트는 플레이어를 보호령의 자동기계 수리 시설로 보내는데요.
밀버스트리트의 퀘스트는 섬의 북동쪽에 있는 보호령 연계 마을인 웨스트포트로 보냅니다.
저는 동료 퀘스트를 하면서 웨스트포트 근처에 한 번 가본 적은 있지만, 밀버스트리트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그리고 마을이 파라다이스의 외딴 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탐험하라는 안내를 받은 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이것이 웨스트포트 대 페어필드라는 난제에서 모든 흥분을 완전히 앗아갔습니다.
들어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는 웨스트포트 사람들에게 신경 쓰기란 어려웠고, 제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쳤거나 버그를 만난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거든요.
설계상 모든 플레이어는 페어필드를 만나게 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웨스트포트를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충격적이어야 할 1막의 클라이맥스를 그저 당혹스럽게 만들 뿐인데요.
두 정착지를 모두 구할 방법이 있긴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이 선택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캐릭터 생성 시 '행운아' 특성을 선택했거나 '해킹' 스킬이 4 이상이어야만 가능하거든요.
저는 후자의 조건을 충족해서 페어필드와 웨스트포트를 모두 구할 수 있었지만, 꽤 짜증이 난 채로 퀘스트를 마쳤습니다.
만약 제가 필요한 스킬 체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저는 제가 아주 잘 아는 마을과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마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했을 겁니다.
설령 밀버스트리트의 편을 들어 웨스트포트 퀘스트를 받거나 탐험 중에 우연히 그 마을을 발견했다고 해도, 게임 작가들은 여전히 여러분이 페어필드를 구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웨스트포트는 페어필드보다 작고, 할 일도 별로 없으며, 전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신경 써야 할 무고한 영혼들이 가득한 정착지가 아니라 일회성 퀘스트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반면에 페어필드는 여러 퀘스트, 상인, 그리고 기억에 남는 NPC들이 있는 주요 장소거든요.
저는 아우터 월드 2의 영리한 글쓰기와 전작을 개선한 여러 방식을 칭찬해왔지만, '낙원의 사보타주'가 끝나는 방식에는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는데요.
웨스트포트의 무의미함이 의도치 않은 실수였는지,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페어필드를 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이것입니다.
중대하고 위협적이며 광범위한 결과를 낳는 선택지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려면, 그들이 위기에 처한 대상이 무엇인지 실제로 잘 알고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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