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플러에게도 의외로 친절한 아크 레이더스, 적보다는 동료를 만드는 재미



솔플러에게도 의외로 친절한 아크 레이더스, 적보다는 동료를 만드는 재미

'총 쏘지 마세요! 저 착한 사람이에요!'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가 전장에서 이런 외침을 내뱉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요.

평소에 저는 주로 혼자 게임을 즐기는 '솔플러'이기도 하고 같이 할 친구는 하필 이럴 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 푹 빠져 있어서 이번에도 혼자 고군분유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거든요.

보통 이런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서는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스쿼드들에게 치여 고생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엠바크 스튜디오(Embark Studios)가 선보인 이 새로운 전장에서 처음 몇 번의 탐험은 예상대로 험난했는데요.

나보다 훨씬 좋은 장비를 갖춘 유저에게 허무하게 당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채 서로 총알을 퍼붓다 하늘에서 나타난 '로케티어(Rocketeer)'에게 같이 몰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세 번째 시도에서 다른 유저를 마주쳤을 때 상대방이 '쏘지 마세요!'라는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하게 되었거든요.

방금 막 스폰된 듯한 그를 쏴봤자 총알 낭비일 것 같아 보이스 채팅으로 사과를 건넸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평화롭게 떠났습니다.



이 순간이 저에게는 아크 레이더스를 즐기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는데요.

혼자 다니면서도 다른 유저와 싸우지 않는 '평화주의자'로 플레이하는 것이 오히려 이 게임을 가장 몰입감 있고 긴장감 넘치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나 지상의 로봇 같은 '아크(Arc)' 적들이 워낙 강력해서 조금만 방심해도 순식간에 포위당하기 십상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다른 레이더들과 적이 아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아주 영리한 전략이 됩니다.

약 12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면서 겪었던 잊지 못할 순간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한번은 지원군을 부르는 '스니치(Snitch)'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드론들에게 쫓기며 죽기 일보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근처에서 '바론 허스크(Baron Husk)'를 루팅하던 다른 유저가 나타나 순식간에 드론들을 처치해주고는 '괜찮아요?'라고 한마디 던진 뒤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라고요.

또 탈출 지점으로 급히 뛰어가는 저를 뒤에서 공격하던 유저에게 '저 아군이에요!'라고 소리치자 곧바로 사과하며 주위에 다른 적이 있다는 정보까지 공유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근처를 순찰하던 '리퍼(Leaper)'를 피해 풀숲에 같이 숨어 있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네 번째 유저와 함께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우호적인 만남은 첫 번째 맵인 '댐 전쟁터(Dam Battlegrounds)'에서 있었는데요.

잠긴 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 가보는 건물이라 길을 헤매던 중 등 뒤에서 '착한 사람인가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단 총을 겨눈 채로 '네, 저 착해요'라고 대답했더니 그 유저가 흔쾌히 길 안내를 자처하며 제가 필요한 전리품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도와주더라고요.

가방이 가득 차서 남겨둔 아이템들을 그에게 양보하고 마지막엔 함께 탈출까지 마쳤는데 이런 경험이 아크 레이더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물론 익스트랙션 슈터인 만큼 'PvP' 요소는 게임의 핵심이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와의 교전에서 승리하는 쾌감도 분명 존재하는데요.

하지만 솔로 큐를 돌릴 때 매치메이킹 시스템 덕분에 세 명으로 구성된 스쿼드와 마주칠 걱정이 없다는 점은 솔플러들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힘들게 모은 전리품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과 '봄바디어(Bombardier)'나 '퀸(Queen)' 같은 강력한 공공의 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유저들 사이의 외교를 가능하게 만든 셈이거든요.

여러분도 전장에서 누군가를 마주친다면 무작정 총을 쏘기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레이더가 당신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0 댓글

댓글 쓰기

Post a Comment (0)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