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키콩, 그 시작에 대하여
닌텐도의 새로운 3D 동키콩 게임, '동키콩 바난자'의 개발 비화가 공개되어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리오 오디세이' 개발팀에게 닌텐도의 고위 임원인 요시아키 코이즈미가 3D 동키콩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인데요.
언뜻 들으면 "임원이 시켜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닌텐도 특유의 독창적인 개발 문화와 철학이 숨어있어, 많은 이들에게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지시, 그 이상의 의미
사실 "임원이 지시했다"는 헤드라인만 보고 많은 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의 내부 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지시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키콩'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닌텐도 내부 팀보다는 레트로 스튜디오와 같은 외부 협력사가 주로 개발해왔기 때문입니다.
닌텐도 최고의 3D 플랫포머 게임 개발팀인 '마리오 오디세이' 팀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겼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결정입니다.
또한, 코이즈미 본인이 과거 '동키콩 정글 비트'의 디렉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애정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다: 한 프로그래머의 실험
하지만 이번 개발 비화의 핵심은 지시 그 자체가 아닙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동키콩 바난자'의 핵심 게임플레이인 '파괴 가능한 지형'이 한 프로그래머의 개인적인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개발팀의 한 프로그래머가 '복셀(Voxel)' 기술을 이용한 게임플레이 요소를 실험하고 있었고, 그 결과물을 본 개발팀이 동키콩의 파워풀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게임의 중심축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닌텐도의 개발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단순히 위에서 내려온 기획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나온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게임의 근간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아이디어가 게임이 되는 곳, 닌텐도
이러한 개발 방식은 닌텐도에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트레루프' 능력은 원래 개발자들이 동굴 테스트 중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디버깅 도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슈퍼 마리오 메이커' 역시 개발팀의 내부 레벨 디자인 툴을 상품화한 것이고, '스플atoon'은 처음에는 단순히 잉크를 쏘는 실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처럼 '동키콩 바난자'의 탄생 과정은 직급에 상관없이 팀원 누구나 게임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닌텐도의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결국 '동키콩 바난자'는 단순한 임원의 지시가 아닌, 한 프로그래머의 작은 호기심과 팀 전체의 창의성이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 비화는 게임 팬들에게 완성된 게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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