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트랜딩 2를 200시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놀라운 진실
엔딩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 사람들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현상이 목격됩니다.
"150시간 했는데 아직 9챕터입니다", "200시간 넘게 도로만 짓고 있습니다"와 같은 고백이 넘쳐납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길어지면 '지루하다'거나 '반복적'이라는 불평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 2'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플레이어들은 마치 자랑처럼 자신의 긴 플레이 타임을 공유하며, 게임 속 세상에 머무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공략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35시간'이라는 엔딩 시간은 이들에게 무의미해 보입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콘텐츠가 많기 때문일까요.
여기에는 게임의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몰입하게 만드는 놀라운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의미 없는 노동이라는 착각
이 게임의 핵심은 '배달'과 '건설'입니다.
플레이어는 황량한 세계를 오가며 물건을 나르고, 다른 이들을 위해 도로와 집라인 같은 기반 시설을 건설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작에 비해 이번 '데스 스트랜딩 2'의 지형은 차량으로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굳이 험난한 길을 개척하거나 막대한 자원을 들여 도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주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도로 건설과 같은 활동을 '불필요한 시간 낭비'나 '의미 없는 반복 노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게임의 목표 달성에 필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기꺼이 수십 시간을 들여 도로를 깔고, 다른 플레이어의 시설을 보수하는 것일까요.
만약 이 노동이 정말 '의미 없는' 것이라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중독적으로 빠져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게임의 본질을 꿰뚫는 첫 번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보상은 '효율'이 아닌 '감사'에서 온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마법은 '비동기적 이타주의'에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선의를 베풀고, 그로부터 감사를 받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내가 힘들게 지어놓은 도로나 충전소를 다른 플레이어가 유용하게 사용하면, 나에게는 '좋아요'라는 알림이 도착합니다.
이 '좋아요'는 단순한 점수가 아닙니다.
이는 나의 노력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이자, 보이지 않는 연대의 신호입니다.
플레이어들이 '불필요해 보이는' 노동에 기꺼이 시간을 쏟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나의 행동이 게임 속 점수나 아이템으로 보상받는 것을 넘어, 익명의 타인에게 '감사'라는 형태로 돌아오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이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력한 소속감과 만족감을 주며, 전통적인 게임의 보상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동기를 부여합니다.
게임은 끝났지만 배달은 계속된다
'데스 스트랜딩 2'의 세계에서 엔딩은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가깝습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엔딩 크레딧을 본 후에도 게임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다른 플레이어들이 남긴 구조물을 보수하고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며 자신의 '배달'을 이어갑니다.
이는 이 게임의 목표가 단순히 스토리를 완주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진짜 목표는 '더 나은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리뷰어들이 효율적인 공략법을 분석하고 최단 클리어 시간을 측정하는 동안,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비효율적이고 느린 길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게임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그저 세계의 일부가 되어 다른 이들과 연결되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데스 스트랜딩 2'의 긴 플레이 타임은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자발적인 '선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게임의 흥행을 다른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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