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터 월드 2 솔직 후기 별에는 닿지 못한 거대한 야망
'더 크다고 항상 더 좋은 건 아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우터 월드 2(The Outer Worlds 2)를 50시간 동안 플레이한 어떤 유저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것이라고 합니다.
개발사 옵시디언(Obsidian)은 2019년에 나온 전작의 모든 요소를 속편에 더 많이 담아냈거든요.
유머, 적, 무기, 특성, 장소 등 이 장르 게임에서 중요한 모든 것이 더 풍성해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전략이 아주 잘 먹히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자, 그 거대한 야망의 무게에 게임이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첫인상은 강렬했지만
아우터 월드 2는 첫인상이 아주 강렬한데요.
플레이어는 부패한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는 정의로운 조직 '지구 집행위원회(Earth Directorate)' 소속입니다.
어떤 중대한 사건을 겪은 후, 당신은 '아케이디아(Arcadia)'라는 성계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이곳은 전작의 두 거대 기업이 합병한 '앤티스 초이스(Auntie's Choice)', 집단주의의 폐해를 보여주는 '프로텍터레이트(Protectorate)', 그리고 수학을 숭배하는 종교 집단 '어센던트 교단(Order of the Ascendant)' 사이의 전쟁으로 분열된 곳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우터 월드 2는 여러 행성과 구역을 넘나들며 수십 개의 사이드 퀘스트를 수행하는 1인칭 RPG인데요.
특히 첫 번째 구역과 통신 중계소에 도달하는 과정은 정말 장관입니다.
가장 아끼는 게에게 설탕 시리얼을 너무 많이 먹인 농부를 만나는 등 엉뚱한 만남도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이나 정보를 제공하며 게임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다리 근처에서 처형 직전의 '프로텍터레이트' 탈영병과 마주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이건 퀘스트와 연결되지 않고, 오직 탐험과 주변 대화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거든요.
만약 재빠르게 그를 구출하면, 나중에 은신처에서 괴물에게 죽을 뻔한 그의 연인까지 구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근처 풀숲에 숨겨진 전력선인데요.
이걸 따라가면 중계소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의 첫 챕터는 밀도 높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요.
플레이어의 호기심에 확실하게 보상해 주는, 풍부한 스토리텔링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는 구간입니다.
선택의 무게가 사라진 아쉬움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우터 월드 2는 이 첫인상의 기대감을 다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데요.
두 번째 메인 지역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사이드 퀘스트들은 주제적으로는 갈등과 관련이 있지만, 메인 스토리와는 서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있거든요.
첫 구역처럼 주변 환경을 통해 새로운 선택지를 발견하는 재미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정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요.
전쟁 범죄를 돕거나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나중에 대사 한두 줄로 툭 던져지는 게 전부입니다.
물론 모든 퀘스트가 스토리에 극적인 영향을 줄 필요는 없거든요.
하지만 제 선택이 중요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아무런 결과도 보여주지 않는 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아우터 월드 2의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나는데요.
바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선택에 '불행함'을 느끼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체 경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존재를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하거든요.
잠긴 방은 거의 항상 여러 개의 진입 방법이 표시되어 있고, 퍼즐을 풀지 못해도 근처에서 키카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윤리적인 선택을 하면 페널티를 받는 딜레마 상황에서조차, 게임은 곧바로 그 페널티를 없앨 도구를 쥐여주는데요.
선택지가 많은 건 좋지만, 제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최소한의 결과와 무게감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빛나는 전투와 동료 시스템
아이러니하게도, 선택 중심의 내러티브 게임인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전투'인데요.
전작보다 무기가 훨씬 다양해졌고,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실험해 볼 이유를 충분히 제공합니다.
소음 저격 소총, 폭발탄을 쏘는 권총, 냉동 총, 독 리볼버 등 저만의 무기고를 갖추고 전투에 임했거든요.
특히 샷건 탄을 장전할 수 있는 양손 망치는 정말 혼돈 그 자체의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여전히 훌륭하고, 특히 '동료'와의 관계를 쌓아가는 방식은 정말 인상 깊은데요.
몇 번의 '결정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가 결정되는 익숙한 방식을 버린 것입니다.
대신, 사소한 상호작용들이 시간에 따라 쌓이면서 관계가 자연스럽게 발전하거든요.
친구의 그림에 대해 코멘트를 하거나, 실수로 욕을 하는 것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관계의 깊이를 더합니다.
하지만 동료와의 관계 역시 사이드 퀘스트처럼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한번은 제가 한 세력의 창립자 유골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세력 출신의 동료는 제가 그녀의 무덤을 도굴하고 박물관에서 그녀 아들의 옷을 훔치는 걸 보고도 완벽하게 괜찮아했거든요.
동료들 사이의 긴장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야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
아우터 월드 2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성급하게 마무리되는 결과 사이를 오가는, 마치 '채찍질' 같은 경험을 선사하는데요.
아케이디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과정은 대체로 즐거웠습니다.
다만 초반에 보여줬던 그 엄청난 잠재력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거든요.
전작의 간결함과 속편의 과도한 야망 사이의 중간 지점이 분명 존재할 텐데, 옵시디언이 세 번째 게임에서는 그 균형점을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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