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송 보스전이 2% 아쉬운 이유 체력바가 정말 필요합니다



실크송 보스전이 2% 아쉬운 이유 체력바가 정말 필요합니다

에미넴의 노래 'Lose Yourself'의 도입부에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하고, 무릎은 후들거리며, 팔은 무겁다"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사실 이건 랩 배틀을 앞둔 심정이지만,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Hollow Knight: Silksong)'에서 어려운 보스와 싸울 때의 제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보스전은 액션 게임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인데, 실크송에도 이런 보스전이 정말 많거든요.

일대일 대결부터 바닥이 용암으로 변하는 기믹성 전투까지 다양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한 가지 특징은 바로 '극악의 난이도'입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다른 도전적인 게임들만큼 짜릿한 흥분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적의 '체력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크송의 구불구불한 레벨을 탐험할 때 일반 몹은 호넷의 바늘로 몇 번 찔러야 쓰러지는지 금방 감이 오는데요.

하지만 보스들은 체력이 너무 많아서 몇 분 동안 공격해도 얼마나 피해를 줬는지 알 길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일부 보스는 페이즈 변화로 진행 상황을 알려주기는 하는데요.

하지만 화면 하단에 붉은 체력바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전작인 '할로우 나이트'에도 체력바가 없었으니, 개발사 '팀 체리(Team Cherry)'가 의도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데요.

보스에게 가는 길이 멀거나, 죽으면 모든 묵주 구슬을 잃는 것처럼 플레이어에게 특정 경험을 유도하려는 의도적인 설계일 겁니다.

하지만 보스 체력바를 추가하는 것이 오히려 팀 체리가 의도한 경험을 더 살려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실크송은 분명 어려운 게임이지만, 그 지루한 좌절감과 재미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지는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건 '소울라이크(Soulslikes)' 장르의 보스전이 정말 잘하는 부분인데요.

'엘든 링(Elden Ring)'이나 'P의 거짓(Lies of P)'에서 줄어드는 체력바를 보며 승리가 가까워졌을 때, 그 압박감에 심박수가 얼마나 치솟았는지 모릅니다.

저는 종종 전투 막바지에 빨리 이기려고 더 공격적으로 변하곤 하는데요.

그 결과는 승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훌륭한 전략이 되기도, 어리석은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반면 실크송의 보스전은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느낌이거든요.

클라이맥스를 향해 공격적으로 돌진하기보다는, 보스를 이겼을 때 "어라! 이겼네?" 하는 허탈한 감정이 남을 뿐입니다.

실크송이 이런 아드레날린을 선사하기 위해 꼭 네모난 붉은 체력바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데요.

2021년에 나온 액션 어드벤처 게임 '데스 도어(Death’s Door)'가 좋은 예시입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체력바 대신, 적이 피해를 입을수록 보라색 균열이 생기는 시스템을 사용했거든요.

그래서 보스를 거의 다 잡았다는 걸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의 몸에 균열이 점점 더해가는 것을 보며 '아, 거의 다 죽어간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스템이 실크송에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이건 게임의 체감 난이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어려운 전투 경험을 한층 더 강화시켜 줄 겁니다.

저는 실크송의 '마지막 심판관(The Last Judge)'과 맞설 때, 제 손바닥이 더 땀으로 축축해지고 무릎이 더 후들거리며 팔이 더 무거워지기를 바랍니다.

실크송은 강렬하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경험을 의도한 게임인데, 그렇다면 그 강렬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리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팀 체리는 수년간 이 게임을 개발했고, 두 번째 패치가 난이도에 대한 논의를 무시하고 버그 수정에만 집중한 것을 보면 개발자들이 의도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체력 표시를 추가하는 것은 이 훌륭한 게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작지만 매우 효과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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