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기사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유명 게임 제작사 코에이 테크모(Koei Tecmo)의 인기 RPG 게임 '아틀리에 라이자(Atelier Ryza)' 시리즈의 두툼한 허벅지 디자인이 일본 경제 불황과 관련 있다는 제작자의 발언인데요.
처음 들으면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경제적 상황이 미적 기준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흥미로운 주제를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1. 경제적 환경이 미적 기준에 미치는 영향
게임 제작자인 호소이 준조(Junzo Hosoi)는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디자인이 달라진다"는 흥미로운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포근하고 풍만한 체형, 어머니 같은 푸근한 이미지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이러한 견해는 다양한 학문적 연구와 역사적 사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선사시대의 유명한 조각상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Venus of Willendorf)'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풍성한 체형이 곧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던 시대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유럽 르네상스 시대에도 풍만함은 부유함과 건강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현대의 날씬한 체형의 선호는 산업화 이후 식량 공급이 원활해지고, 식생활 개선과 함께 나타난 비교적 최근의 현상입니다.
2. 문화권마다 다른 미의 기준과 경제적 배경
각국의 미적 기준은 경제나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몸이 풍만한 여성들이 미의 이상형으로 여겨지는데요.
이는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사회에서 풍만한 체형이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현대의 서구권에서는 햇볕에 탄 피부가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지만, 아시아에서는 하얀 피부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계층을 나타내는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미적 기준은 단순히 개인의 기호를 넘어 경제적 배경과 역사,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현대 미디어와 SNS가 미의 기준에 미친 영향
최근 들어 SNS의 발달로 인해 미의 기준은 더욱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권에서도 이전의 마르고 가느다란 몸매 대신 이른바 'Thicc(풍성하고 건강미 넘치는)'한 체형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유명인들이 자신의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는 현대인들이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보다 풍성하고 안정감을 주는 체형에 끌리게 되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Atelier Ryza'의 캐릭터 디자인 역시 이러한 현대적 트렌드를 반영하여 큰 인기를 얻었으며, 제작진은 이 같은 변화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의도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4. 진화심리학과 미적 기준의 변화에 대한 논쟁들
이러한 미적 기준의 변화는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의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한데요.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선호와 행동 양상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측면에서 형성된다고 보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풍성한 이미지와 어머니와 같은 안정적이고 보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 분야에 대해서는 과학적 엄밀성이나 재현성의 문제로 인해 논란이 많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진화심리학이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캐릭터 디자인, 그 뒤에 숨겨진 사회심리학적 의미
겉보기에는 단순히 미적 선택으로 보이는 게임 속 캐릭터 디자인이, 사실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심리학적 맥락 위에 서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Atelier Ryza의 캐릭터 디자인 사례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미적 가치관과 경제적 현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게임 속 작은 선택 하나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게임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더욱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게임을 하면서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들을 한번씩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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