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데드 리뎀션 2를 끝까지 한 사람이 드문 진짜 이유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끝까지 한 사람이 드문 진짜 이유

"눈밭에서 포기했다"는 흔한 오해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의외로 이 게임의 엔딩을 본 플레이어는 극소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원인을 게임의 초반부, 즉 챕터 1의 길고 느린 설산 구간에서 찾습니다.

실제로 혹독한 추위 속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생존을 위해 싸우는 도입부는 어떤 플레이어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초반이 지루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대서사시를 중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놓치는, 현대 게임 문화와 플레이어 심리에 대한 더 근본적인 이유들이 숨어있습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통제권'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챕터 1에서 느끼는 진짜 피로감은 '느린 속도' 자체보다 '통제권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이 구간에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허락하기보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며 기본적인 조작법과 세계관을 학습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는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다가, 특정 장면에서만 잠시 리모컨을 넘겨받는 듯한 경험과 유사합니다.

플레이어는 말을 타는 속도부터 대화의 시점까지, 게임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이러한 '제한된 자유'는 비단 챕터 1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게임 전반에 걸쳐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동료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야 하거나, 특정 행동이 강제되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속도로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현대 오픈월드 게임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답답함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포기하는 지점은 '눈밭'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감각이 누적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엔딩'은 하나가 아닙니다

공식적인 통계를 보면, 아서 모건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챕터 6을 완료한 플레이어 비율보다, 이후의 에필로그까지 모두 마친 플레이어의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아서 모건의 여정이 끝나는 그 순간이 실질적인 '엔딩'이었던 것입니다.

에필로그는 이야기의 완결성을 더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주인공이 교체되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크게 전환되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은 이를 '본편'이 아닌 '보너스 콘텐츠'나 '후일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아서와 함께했던 길고 험난한 여정의 마침표가 찍힌 시점에서 충분한 감정적 만족과 완결성을 느꼈고, 그 이후의 플레이를 이어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엔딩을 보지 못했다'는 말은 사실 절반만 맞는 셈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엔딩'을 이미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게임을 '끝내기' 위해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 게이머들이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거대한 오픈월드 게임에서 '메인 스토리 완료'는 수많은 즐길 거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수백 시간을 플레이했지만 정작 엔딩은 보지 않은 유저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들은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대신, 전설의 동물을 사냥하고, 낚시를 즐기며, 낯선 이의 부탁을 들어주거나 그저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황야를 떠도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이러한 현상은 '위쳐 3'나 '엘든 링' 같은 다른 대작 게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게임의 완료율이 30%를 넘기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게으르거나 인내심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너무나 매력적이고 방대해서, 정해진 길을 따라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게임은 '정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공간'입니다.

위대한 여정의 역설

결론적으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낮은 완료율은 실패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게임이 얼마나 압도적인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찬사'에 가깝습니다.

느리지만 깊이 있는 서사, 플레이어의 통제보다 연출을 우선시하는 디자인, 그리고 이야기의 끝보다 과정의 즐거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현대 플레이어들의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눈밭이 지루해서가 아니라, 통제된 서사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아서의 죽음과 함께 자신만의 엔딩을 맞이했거나, 혹은 단순히 이야기의 끝보다 광활한 서부에서의 자유로운 삶 자체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여정을 멈춘 것입니다.

어쩌면 이 게임의 진정한 위대함은 정해진 엔딩 크레딧이 아니라,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서 여전히 아서로, 혹은 존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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