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의 유산'을 짊어진 새로운 다크 판타지
'더 위쳐 3'의 핵심 개발진이 설립한 스튜디오 '레벨 울브즈(Rebel Wolves)'의 첫 번째 작품, '블러드 오브 던워커'가 마침내 그 게임플레이의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어두운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뱀파이어의 힘을 다루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RPG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는데요.
공개된 영상은 '더 위쳐 3'의 서사적 깊이와 '킹덤 컴: 딜리버런스'의 사실적인 검술을 결합하려는 야심 찬 시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위쳐의 유산'이라는 배경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며, 기대만큼이나 날카로운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낳고 있습니다.
과연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전설적인 선배들의 장점을 계승하여 새로운 걸작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거대한 그림자에 갇힌 모방작에 머무르고 말까요?
전투 시스템: 야심 찬 시도와 해결해야 할 과제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전투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킹덤 컴: 딜리버런스'나 '포 아너'를 연상시키는 방향성 기반의 검술 시스템인데요.
이는 단순히 버튼을 연타하는 전투에서 벗어나, 적의 공격 방향을 읽고 방어하며 허점을 노리는 전략적인 공방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여기에 뱀파이어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결합하여, 인간으로서의 검술과 뱀파이어로서의 파괴적인 힘을 넘나드는 독특한 전투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 속 전투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부 유저들은 공격의 타격감이 부족하고, 적들의 체력이 지나치게 높아 전투가 지루하게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능력 사용 시 시점이 1인칭으로 전환되고 짧은 컷신이 재생되는 방식은, 전투의 흐름을 끊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이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처럼 전략적인 깊이를 더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지, 아니면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피로감만 유발하는 단점이 될지는 출시 버전의 완성도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비주얼과 UI: 익숙함과 독창성 사이의 딜레마
게임의 시각적인 부분은 '더 위쳐 3'의 영향을 매우 짙게 풍깁니다.
중세 판타지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트 스타일, 맵과 퀘스트 로그를 포함한 UI 디자인, 심지어 전투 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의 분위기까지 '더 위쳐 3'를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누구나 익숙함을 느낄 정도인데요.
이는 개발진의 전작에 대한 오마주이자, 검증된 성공 공식을 따르려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함은 '독창성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블러드 오브 던워커'가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기보다는, '위쳐 3의 뱀파이어 스킨'처럼 보인다는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깨너머로 주인공을 비추는 '오버 더 숄더' 카메라 시점은 지나치게 화면에 가깝고 답답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는 몰입감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 있으나, 넓은 시야 확보가 중요한 전투 상황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시야각 조절 옵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 구조: 자유도와 긴박감의 조화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유사한 비선형적인 목표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초반부터 최종 목표를 인지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순서와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며 다회차 플레이의 가치를 높이는 현대적인 오픈월드 디자인 방식입니다.
여기에 화면 한쪽에 표시되는 '남은 시간'은 이야기의 긴박감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요.
이 시간 제한 시스템이 '데드라이징'처럼 실시간으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방식인지, 혹은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특정 퀘스트를 수행할 때만 시간이 흐르는 방식인지에 따라 플레이 경험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일부 유저들은 시간제한이 탐험의 자유를 해치고 불필요한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지만, 서사에 당위성과 긴장감을 부여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역시 공존하고 있습니다.
원석인가, 모조품인가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프로젝트입니다.
'더 위쳐 3'의 성공 신화를 이끈 개발진의 노하우와 RPG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게임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쳐의 유산'이라는 높은 기대치는 개발팀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영상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프리 베타' 단계의 원석과 같습니다.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위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확립하며,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들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레벨 울브즈가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여 이 원석을 성공적으로 세공해낸다면,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2025년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작 RPG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 쓰기